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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의 진짜 정체와, 숏폼이 그걸 훔치는 방법

많은 사람들이 숏폼을 보면 “도파민이 터진다”고 말한다. 말만 들으면 도파민이라는 게 ‘흥분’과 관련이 깊은 물질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숏폼 제작자들은 영상을 만들 때 ‘도파민 터지게 만들자!’라고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엄청난 자극, 예쁘고 잘생긴 남녀, 폭력, 혐오 같은 영상과 자막을 쏟아낸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렇게 강한 자극을 쏟아내는 영상들이 생각보다 조회수를 얻지 못한다. 오히려 잔잔하고 별 내용 없는 영상들이 조회수를 많이 가져간다. 그냥 친구끼리 떠드는 영상, 그냥 강아지가 걸어가는 영상, 그냥 장난치는 영상 등, 자극과는 관련 없는 영상들이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한다.

나는 여기서 의문이 생겼다. 과연 진짜로 숏폼은 도파민과 관련이 된 것일까?

그래서 나는 먼저 도파민이 뭔지를 공부했다. 가장 도움이 된 건 아래 두 영상이다.

송민령 박사가 출연한 영상들인데, 송 박사는 사설이 들어가지 않은 팩트만으로 도파민을 설명한다. 그래서 도파민의 구조를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도파민이라는 것은 결국, 예측에 대한 결과값이 높으면 많이 분비되고, 예측에 대한 결과값이 낮으면 적게 분비된다. 그래서 결과값이 높으면 강화학습되어 더 하고 싶어지고, 결과값이 낮으면 약화학습되어 더 하기 싫어진다.

참고로 도파민은 흔히 생각하는 ‘쾌락 그 자체’와는 결이 다른 물질이다. 우리가 떠올리는 ‘흥분’과 곧바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도파민은 ‘동기 부여의 물질’에 가깝다. 그러니까 쾌감보다는 의욕과 가장 관련이 깊다.

예측이 맞으면 의욕이 더 생기고(도파민이 더 터지고), 예측이 틀리면 의욕이 덜 생긴다(도파민이 덜 터지고). 이렇게 이해하는 것이 가장 심플하다.

그런데 이런 의욕 물질이 왜 숏폼에서 유독 잘 터진다고 말하는 걸까? 아니, 진짜로 숏폼을 보면 도파민이 터지기는 하는 걸까?

결론적으로 숏폼을 보면 도파민이 터진다. 관련 자료는 아래와 같다.

여기서 우리는 인간에게 도파민이 존재하는 목적이 무엇이고, 과거에는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었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다음으로 지금 숏폼에서는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알아봐야 한다.

이 맥락을 이해하면 도파민이 왜 중요하고, 왜 중독을 부르며, 도파민을 터지게 만든 영상들이 어떤 패턴을 가지고 있는지까지 알 수 있게 된다. 이 패턴을 이해하면 숏폼 제작자들이 그토록 바라는 ‘도파민 터지는 영상’을 만들 수 있게 되고, 많은 조회수를 만들어낼 수 있다.

도파민은 왜 존재하는가

우선 도파민의 존재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심오하게 나의 철학을 섞어 설명할 수도 있지만, 글이 길어지니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해보겠다.

인간이 처음 태어났을 때 세상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그렇기에 우리의 뇌 속에는 이런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심어져 있다. 그중 하나가 도파민 시스템이다.

도파민 시스템은 의욕을 주는 시스템이다. ‘저 빨간 건 뭐지?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 예측하고, 그에 대한 의욕을 준다. 그리고 그 빨간 사과를 한입 베어물었을 때 달콤하고 상큼한 기분을 느낀다면, 우리의 뇌는 이렇게 말한다. ‘와! 이거 기분도 좋고 생존에도 유리한 과일이잖아!’ 이런 발견을 한 뇌는 더 많은 도파민을 분비해 의욕을 준다.

이 의욕이 발현되면 비슷한 행동을 계속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런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삶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발견하거나 만들어내게 된다.

이것이 바로 도파민 시스템의 목적이다. 삶에 도움되는 무언가를 발견하거나 만들어라! 결국, 더 좋은 현실에 살아라!

‘발견한다’는 것은 대부분 ‘정보’ 형태다.
→ 빨간 사과는 먹을 수 있고, 맛있고, 생존에도 도움이 된다! (정보로 저장) → 결국 좋은 현실을 만들 수 있다.

‘만든다’는 것은 대부분 ‘실물’ 형태다.
→ 사과 씨앗을 심으면 사과가 날 수도 있다(예측, 도파민 분비) → 사과나무가 자랐다(결과, 도파민 분비) → 사과나무를 얻었다!(실물)

이처럼 도파민은 삶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습득하게 하거나, 무언가를 만들게 하는 결정적인 의욕을 준다. 그리고 실제로 현실을 변화시킨다. 이처럼 사는 데 가장 중요한 물질이 도파민이다.

그런데 실상 도파민은 ‘생존’ 그 자체보다 중요한 물질일 가능성이 있다.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한 실험 이야기를 들으면 그 생각이 바뀔 것이다.

미시간 대학교에서 도파민과 관련된 생쥐 연구가 진행되었다. 도파민 생성 뉴런을 제거한 쥐 앞에 설탕물을 두었다. 그러나 쥐는 ‘의욕’이 없어서 그냥 굶어 죽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배가 안 고픈가?’라고 생각했다. 이번엔 도파민 생성 뉴런을 제거한 쥐의 입에 직접 설탕물을 넣어주었다. 그러자 쥐는 즐거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설탕물을 먹었다고 한다.

이 연구에서 알 수 있듯이, 생존과 가장 관련이 높은 ‘먹기’ 행위조차 도파민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처럼 도파민은 인간에게 필수적인 물질이다.

숏폼은 도파민을 어떻게 이용하는가

자, 이제 도파민을 이해했다. 그러면 이게 숏폼과 무슨 상관일까? 숏폼을 보면 왜 도파민이 나오는 걸까?

이걸 이해하기 전에 먼저 인간의 ‘거울뉴런’에 대해 알아야 한다. 거울뉴런은 1990년대 이탈리아 파르마 대학의 리촐라티 연구팀이 원숭이 실험 중 우연히 발견한 뉴런이다.

연구자가 원숭이의 뇌 신호를 측정하던 중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원숭이는 먹지도 않았는데 그 운동 뉴런이 발화했다. 즉, 거울뉴런은 내가 행동할 때와 남이 행동하는 걸 볼 때 똑같이 반응하는 뉴런이다. 다시 말해, 뇌는 ‘보는 것’과 ‘하는 것’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그 결과, 숏폼에서 위험한 상황이 나오면 나의 뇌는 ‘나도 이런 상황에 놓일 수 있어!’라고 인지하며 영상을 시청한다. 그리고 그 영상 속에서 위험한 상황을 ‘특정한 행동으로’ 극복하는 걸 보면, 뇌는 ‘이렇게 극복하면 되는구나’라고 받아들이고 이를 ‘정보’로 저장한다. 뇌 입장에서는 엄청난 이득을 주는 정보를 획득한 셈이다. 이 정보는 생존에 큰 도움이 될 테니까.

마찬가지로 누군가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있으면, 그걸 보고 ‘나도 같이 먹고 있다’라고 느낀다. 그리고 상대가 그 음식을 먹으며 보여주는 반응을 보고 ‘아, 이 음식은 이런 식으로 먹고, 이런 느낌을 주는구나’라고 정보로 획득한다. 즉, 생존에 도움이 된다고 착각하며 도파민을 분비한다.

이렇게 계속해서 의욕이 불어나는 것이다.

숏폼 영상 시청
    ↓
거울뉴런 발화 ("내가 직접 경험하는 중이다!")
    ↓
뇌의 보상 회로: "이거 실제 경험일지도 몰라"
    ↓
"새로운 사회적 기술 습득 중!" "위험 감지 완료!" "먹이 발견!"
    ↓
도파민 분비 (예측 오차 + 생존 정보 해석)
    ↓
실제로는: 침대에 누워서 손가락만 움직이는 중

위와 같은 순서로 진행되는 것이다. 그런데 도파민의 목적은 애초에 ‘현실’에 도움이 되게 하기 위함이었지, 가상 세계 속에 살게 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러나 영상이 인간의 뇌를 해킹하고, 숏폼이라는 가상세계로 인간을 끌어들였다. 그리고 도파민을 갈취하기 시작했다. 거울뉴런은 이 과정에서 엄청나게 큰 역할을 한다.

또한 숏폼은 좋은 정보를 빠르게 제공한다. 뇌는 이런 좋은 정보를 계속 발견하라며 도파민을 분비한다. 우리의 손가락은 더 많은, 더 양질의 정보를 발견하고자 쉴 새 없이 움직인다. 도파민의 최종 목적인 ‘현실’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정보만 계속 쌓여가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이게 바로 숏폼이 도파민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물론 여기서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 ‘네 말대로면 좋은 정보를 얻어 가는 거니까 문제없는 거 아냐?’ ‘그 좋은 정보를 나중에 써먹을 수 있는 거 아냐?’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헛소리!’다.

과거를 생각해보자. 아니, 아기들을 생각해보자. 아기들은 의자 밑에서, 소파 밑에서 계속 일어나려고 고개를 든다. 그러다 머리를 의자에, 소파에 부딪힌다. 이 과정에서 아기들은 일어나는 법을 배운다. 그 후로는 의자 밑에서 무작정 일어나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는다.

이 사소해 보이는 지식이 사실 아기에게는 생존과 관련된 엄청난 발견이다. 그리고 자신의 두 팔이 자유로워지는 결정적 계기가 되는 사건이다.

그런데 이런 아기에게 ‘자동차 브레이크가 고장 났을 때 대처법’ 같은 지식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내가 말하는 요지는,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의 현실적 문제가 있고, 이 문제를 돌파할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동차가 없는 사람도 ‘브레이크 고장 시 대처법’을 보고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정보가 그 사람의 현실엔 하등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뇌는 ‘좋아, 오늘도 도파민 제대로 썼어!’라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현실에 쓸모없는 쓰레기 정보만 쌓일 뿐이다.

결국 도파민은 엄청나게 써대는데 현실은 변하지 않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진짜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뇌가 착각하기 시작한다.

‘아! 결국 더더더더 좋은 정보가 있어야 현실이 바뀌겠네?’

사실은 ‘더 좋은 정보’가 아니라 지금 내 앞의 문제를 해결할 정보가 필요한 것인데, 계속 ‘더더더더 좋은 정보’에만 목매게 된다. 그러니 웬만큼 강한 자극이 아니면 의욕이 일어나지 않는다. 결국 사람이 수동적으로 변하고, 현실의 삶을 등한시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숏폼, 혹은 가상세계로 숨어드는 것이다.

도파민에 대해서는 여기까지만 이해하도록 하자.

도파민이 터지는 영상의 패턴

자, 그러면 도파민이 터지는 영상들은 어떤 패턴을 가지고 있을까? 우선 요즘 터지는 숏폼 몇 개를 보자.

  1. https://www.youtube.com/watch?v=fE0aP_lelJw
  2. https://www.youtube.com/watch?v=7ufTPkkwWSg
  3. https://www.youtube.com/watch?v=WGfWe_vN3Mc

조회수가 많이 나오는 영상들을 보면 마치 패턴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패턴은 명확히 존재한다.

  1. 궁금하게/예측하게 만드는 제목과 썸네일
  2. 그 궁금증/예측에 대한 결과

앞서 내가 도파민이 무엇이라 했는가? 예측에 대한 결과값이 높으면 많이 분비되고, 낮으면 적게 분비된다. 지금 저 두 가지 패턴이 모든 숏폼의 기본이다. 그리고 그 패턴에서 결과값이 어떤 식으로 나오느냐가 조회수 대박의 비밀이다.

사람들은 그 정보가 아무리 사소해도 ‘저장’하려 한다. 그런데 예측과 결과값의 갭이 클수록 더 저장하려 한다.

3번 영상의 경우 두 가지 이유로 조회수가 많이 나왔다.

첫째, 정보 영상으로서.
예측(BMW에 무슨 기능이 있어?) → 결과(발로 차면 트렁크가 열린다) → ‘와! 이런 정보가! 몰랐는데 좋다!’

둘째, 리액션 영상으로서.
예측(BMW 트렁크 발로 차면 열리는 거? 저 사람은 몰랐겠지) → 결과(진짜 몰랐고, 엄청 크게 반응함) → ‘와! 이걸 진짜 모르는 사람이 있네. 나중에 여친한테 써먹어야지!’

BMW 트렁크의 비밀을 몰랐다면 그걸 알게 됨으로써 도파민을 얻었고, 이미 알았다면 이런 비밀에 사람들이 이렇게 크게 반응한다는 정보로 도파민을 얻는 것이다. 결국 조회수를 획득하게 된다.

그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이런 논리로 이제 숏폼을 제작하는 방법을 고민해보자. 도파민 터지는 영상을 만들려면 방금 말한 법칙을 기억해야 한다. (솔직히… 도파민 터지는 영상을 계속 만드는 게 옳은 일인지 아닌지, 도덕·윤리 문제는 나중에 논의하자.)

  1. 궁금하게 혹은 예측하게 만드는 후킹
  2. 그 궁금증/예측에 대한 ‘더 쓸 만한’ 결과

이 두 가지가 핵심이다. 둘 다 충족되면 도파민은 무조건 터진다. 그 말인즉, 조회수 역시 무조건 터진다는 것이다.

다만 여기엔 이런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내가 ‘AI 클로드의 숨겨진 비밀’이라는 후킹을 썼다고 치자. 이 내용은 이미 1번 조건에 부합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결과로 모두가 예상 못 한 큰 걸 넣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이건 얼마만큼의 조회수를 얻을까? 100만? 1,000만?

모든 조건이 충족되었다고 가정해도, 대략 30만 정도일 가능성이 크다.

‘도파민 터지는 영상인데?’

이론적으로는 맞다. 그런데 문제는 ‘클로드’라는 주제에 있다. ‘클로드’가 후킹으로 쓰일 때 ‘궁금해하거나 예측하려는’ 사람들의 규모가 ‘BMW’가 나왔을 때보다 극도로 줄어든다는 것이 문제다.

클로드는 BMW보다 인지도도 낮고, 사람들이 궁금해하거나 예측하고 싶어 하는 지점도 더 적다.

그렇기에 도파민 설계를 아무리 잘했어도, 후킹 단계에서 이탈할 확률이 높아진다. 결국 도파민 구조만큼이나 중요한 게 ‘어떤 키워드 위에 그 구조를 얹느냐’다. 같은 설계라도 BMW 위에 얹으면 터지고, 클로드 위에 얹으면 힘이 빠진다.

그래서 도파민 설계에 성공하고 싶다면, 그 이전에 ‘규모가 충분한 키워드’를 골라내는 눈부터 있어야 한다. 이 키워드를 찾아내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내가 쓴 『갭매핑』에 그 과정을 정리해뒀으니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마치며

지금까지 도파민과, 그 도파민을 사용하는 숏폼의 구조를 알아봤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숏폼을 보면 도파민이 터진다는 사실, 그리고 도파민은 특정한 구조로 생겨난다는 것. 이 구조를 이해하면 누구나 터지는 숏폼을 만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하자면, 그럼에도 숏폼이 오직 도파민만 공략하는 건 아니다. 숏폼을 볼 때 터지는 신경화학물질은 하나가 아니다. 도파민 외에도 옥시토신, 세로토닌, 엔돌핀이 있다. 다만 도파민이 모든 숏폼의 5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오늘은 도파민을 다뤄봤다.

만약 숏폼 제작자라면, 도파민을 꼭 공부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