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이 글을 쓰는 동안 내가 처음에 세운 가설을 스스로 폐기했다. 그리고 그 끝에서 의외의 그림을 봤다. 콘텐츠 시장에서 진짜 돈은 콘텐츠를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전혀 다른 쪽으로 흘러가고 있더라. 그 이야기는 뒤에서 하겠다. 먼저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생각이 흘러왔는지부터 보여주고 싶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채널 성장과 관련된 콘텐츠를 올리다 보니, 내가 예상한 것보다 조회수가 안 나오더라. 그런데 내가 보는 가장 큰 지표는 ‘구독자 대비 조회수’다. 그 기준으로는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그럼에도 조회수 자체의 절대량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적었다. 그래서 조금 더 깊게 파봤다.
내가 예상한 원인은 두 가지였다.
첫째, 내 콘텐츠 주제에 문제가 있다. 주제가 별로라서 사람들이 안 본다는 것. 둘째, 채널 성장 카테고리 자체에 문제가 있다. 즉, 사람들이 아예 이 분야에 관심이 없는 것.
생각해 보니 이상한 점이 있었다. 2번은 가능성으로 상정은 했지만 믿어지지 않았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이게 사실이라면 내 채널의 방향성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는 셈이니까). 그래서 나는 1번이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자료를 조사하면서, 내 예상과 달리 오히려 2번이 지금 채널의 현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부터가 이 글의 진짜 시작이다.
나는 과거에도 자료를 조사하다 보면 이런 경우를 종종 만난다. 바로 아예 수요가 없는 카테고리다.
내가 마지막으로 채널 성장 관련 조사를 대대적으로 했던 때는 2024년 10월이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채널 성장 콘텐츠의 수요는 충분히 있었다(여기서 내가 안일했다). 나는 당연히 그 수요가 최소한 유지되고 있으리라 판단했고, 그래서 콘텐츠 주제만 잘 뽑아내면 된다고 봤다. 완전한 오판이었다.
그런데 2026년 6월에 다시 조사를 시작하니, 예상과 달리 2번, 즉 수요 자체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거의 모든 채널 성장 카테고리 채널의 조회수가 절반 이상 깎여 나갔다. 유튜브 강의, 인스타 강의 할 것 없이 SNS 채널 성장과 관련된 수요가 거의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 심리를 조금 더 들여다봤다.
내가 판단하기에 SNS 운영은 현대 사회에서 필수다. 자기 PR을 할 때도, 자기 가게를 홍보할 때도 필요하다. 대기업이나 관공서 역시 자신들을 알리기 위해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수요가 폭발한 상황이다.
과거보다 SNS 운영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 논리적으로 보면 수요가 늘어나니, SNS 채널 성장을 다루는 나 같은 사람들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어나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갈 게 있다. 이건 사실 SNS만의 일이 아니다. 어떤 시장이든 성숙기에 접어들면 ‘내가 직접 배우려는 수요(DIY 교육)’가 ‘남에게 맡기려는 수요(아웃소싱)’로 넘어간다. 번역, 디자인, 세무가 다 그 길을 걸었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발견했다고 느낀 이 현상은, 어쩌면 모든 시장이 거치는 정해진 성숙 곡선의 한 지점일 뿐이다. 다만 그 곡선이 SNS 교육 시장에서 지금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그 심리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대표적인 심리는 다음과 같다.
- 이미 너무 많은 무료 정보가 깔려 있다.
- 생각보다 효과가 없다.
- 생각보다 할 일이 많다.
- 그냥 맡기는 게 편하다.
- 그냥 광고비 집행하는 게 편하다.
하나씩 설명해 보겠다.
첫째, 무료 정보의 범람. 채널 성장을 위한 기초 지식은 이미 유튜브나 블로그에 너무 많이 나와 있다. 심지어 AI도 알려준다. 그런 정보들은 무료인 데다 접근성도 좋다. 결국 그것만 봐도 기본적인 것은 다 할 수 있다. SNS 채널 성장 유튜브를 운영하더라도, 결국 내 채널을 보는 사람들은 내 정보를 보고 그걸 이용해 자기 채널을 운영할 뿐이다. 그들은 내 고객이 되지 않는다.
둘째, 생각보다 효과가 없다. 유튜브나 인스타를 운영해 본 사람 대부분이 아는 사실이다. 조회수가 100만이 나와도 내 제품을 사는 사람은 극소수다. 게다가 100만 조회수는 거의 불가능한 숫자다. 숏폼의 경우 조회수 수익이 일반적으로 롱폼의 4분의 1 수준이다. 즉, 노력해서 조회수를 얻어도 돈이 안 된다.
셋째, 생각보다 할 일이 많다. 자영업자, 인플루언서 지망생 모두 채널을 키울 때 요구사항이 엄청나게 많다는 걸 깨닫는다. 채널 성장을 다루는 사람들이 아무리 어떻게 기획하고 어떤 포맷을 쓰라고 말해도, 거기까지다. 그다음에 배워야 할 것이 산더미처럼 남아 있다. 촬영, 편집, 업로드…. 그런 이유로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AI로 가장 빠르게 대체 가능한 ‘기획’부터 해결해 버린다(정작 가장 대체되면 안 되는 부분이 기획인데 말이다. 뭐, 이런 이야기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 그리고 남은 촬영, 편집, 업로드를 배운다(실제로 편집 관련 콘텐츠 수요는 기획 관련 콘텐츠보다 비교적 살아 있는 편이다).
넷째, 그냥 맡기는 게 편하다. 이게 핵심이다. 돈이 있는 사람은 굳이 배워서 채널을 운영하지 않는다. 그냥 대행사에 맡겨 버린다. 대행사가 성과를 못 내면? 그냥 대행사를 바꾸면 그만이다.
다섯째, 그냥 광고비 집행이 편하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는 자신들이 원하는 채널 운영 방식이 이미 있다. 그래서 콘텐츠가 그들의 입맛에 맞게 정의된다. 그런 콘텐츠는 대부분 현재 트렌드와 맞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상관하지 않는다. 그냥 광고비를 집행해서 사람들이 억지로 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들이야말로 굳이 채널 성장 관련 내용을 볼 필요가 없다.
그럼 전업 인플루언서는 어떤가
전업 인플루언서도 지금 많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들은 채널 성장을 이뤘고, 그로 인해 수익도 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 수익이 예전 같지 않다. 그들 역시 깨닫는다. 지금 상황에서 조회수를 더 올린다고 돈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조회수를 올리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촬영 기법, 장비, 편집).
- 숏폼은 돈이 안 된다. 그럼에도 조회수는 숏폼이 쥐고 있어서 안 할 수가 없다(숏폼은 롱폼 조회수의 약 4분의 1 수준의 수익을 준다. 가성비가 극악이다).
- 경쟁자가 늘었다(혁신적인 크리에이터가 계속 생겨나 조회수를 가져간다. 거기에 광고비를 집행하는 기업들이 내 기존 시청자의 조회수마저 갈취한다).
이 세 가지 이유로 생산비는 늘고, 매출은 줄고, 경쟁은 심해졌다. 결국 조회수로 돈을 벌던 유튜버들이 하나둘 떠나거나 수익 모델을 바꾸고 있다. 이 역시 생존 전략이다. 이들 또한 채널을 더 키울 심리적 동인이 부족하다. 채널을 키워 조회수를 더 확보하려면 더 많은 돈, 노력, 시간, 스트레스가 드는데, 그에 비해 열매는 밋밋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채널 성장 카테고리는 죽었다.
채널에 진입하는 사람들의 심리 프로세스
(개인, 자영업자, 마케터 포함)
- 채널 성장을 위해 기초 지식을 무료로 습득한다(유튜브, 블로그, AI).
- 채널 성장을 위해 노력한다(일정량의 성과 달성).
- 성과에 비해 작은 혜택에 실망한다.
- 작은 혜택임에도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가성비 극악).
- 채널 성장에 대한 의구심이 심화된다(포기 단계).
이런 심리 구조에서는 채널 성장 기획을 가르치는 사람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기대보다 쉽고 기대보다 효과가 좋아야 더 배우고 싶을 텐데 말이다.
현재 상황에서 채널 성장 카테고리가 다시 뜨려면, ‘채널 성장이 개인 혹은 기업의 수익이나 성장으로 연결된다’는 확신이 드는 상황이 만들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내 유튜브 채널이 성장하면 우리 가게에 손님이 늘어난다거나, 유튜브 채널이 성장하면 그걸 유튜브 쇼핑으로 연결해 매출을 낼 수 있다거나 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것들은 문제가 많다. 소비자는 바보가 아니다. 단순히 춤추는 영상을 보고 김치찌개집을 방문하지 않는다. 김치찌개를 먹는 웃긴 영상을 보고 그 집 김치찌개를 쇼핑으로 구매하지도 않는다(더 싼 곳에서 사거나 집 근처에서 먹으면 되니까).
여기서 이런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그래도 조회수가 높으면 전환은 일어나지 않나?” 맞다. 실제로 테스트해 보면 정확한 말이다. 강아지가 물 먹는 영상에 김치찌개 쇼핑 태그를 걸었다고 가정하자. 이 영상이 1,000만 조회수를 달성하면 최소 0.0001%의 전환은 일어난다.
그러나 1,000만 조회수는 달성하기 힘들고, 그걸 달성해도 구매자는 겨우 10명이다. 가성비가 극악이다. 그래서 콘텐츠 전략을 잘 세워 조회수 1만을 달성하고 전환율을 0.1%까지 끌어올려야 한다(이것도 10명이다). 이렇게 하면 달성 가능성은 높아진다. 그러나 좋은 전략을 세우려면 많은 것을 배우고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결국 이 역시 개인 입장에서는 가성비가 좋지 않다.
그렇다면 채널 성장 카테고리는 답이 없는가
현재로서 그나마 채널 성장 카테고리가 다뤄야 할 주제는 두 가지로 보인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안에, 앞에서 예고한 ‘진짜 돈이 흘러가는 방향’의 단서가 숨어 있다.
1. AI 영상 제작법
AI 영상 생성 방법과 전략, 그리고 이것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는 콘텐츠다. 실제로도 그나마 가성비가 좋고, 장기적으로 돈이 될 것이라는 컨센서스가 있다. 덕분에 AI가 들어가면 채널 성장의 동인이 생길 수 있다. AI는 영상 생산 단가와 시간을 줄여준다는 점이 명확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것이 자신 혹은 기업의 성장과 이익에 기여하리라 믿는다. 실제로 된다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이건 미래에 확실한 이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그나마 현재 진짜로 돈을 벌고 있는 채널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런 AI 생성물은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기 좋고, 개인이나 기업이 리스크 없이 다루기도 편하다. 모든 걸 고려했을 때, 그나마 채널 성장법을 소개하거나 가르치려면 AI 영상을 메인 주제로 삼아야 한다.
2. 이력서 채널
SNS로 자신의 능력이나 생각을 잘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콘텐츠다. 앞으로 대부분의 사람이 SNS 채널을 이력서로 활용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조회수를 많이 끌어내는 것보다, 어떻게 자기 채널을 깔끔하게 구성할지를 알려주는 형식이다(채널 성장이 아니라 이미지 메이킹을 가르치는 것이다). 타깃은 취준생 혹은 이직 희망자가 될 것이다. 이들은 조회수보다 면접관이나 헤드헌터에게 잘 보이는 것이 목적이다. 결국 이들은 SNS 채널 운영이 자기 몸값을 올리거나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여길 것이다.
주제가 싫다면, 남은 수익 모델은 하나뿐
만약 내가 제시한 두 주제가 싫다면, 현재로서 SNS 채널 성장 카테고리 운영자가 갈 수익 모델은 하나뿐이다(대부분의 사람이 ‘무료로 배우는 것’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대행(부자 혹은 기업의 채널을 대신 운영해 주는 것)이다.
이제 개인이나 소규모 기업은 무료 정보로 SNS 성장법을 찾아 나서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타깃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부자 혹은 기업뿐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성장법을 전수하는 게 아니라 직접 대행하는 것이다.
문제는 대행이라는 수익 모델이 불안정하다는 점이다. 대행을 하더라도 기존 인플루언서들이 겪는 문제를 그대로 겪는다. 생산비 증가(경쟁력 있는 콘텐츠 확보를 위해), 경쟁 심화. 결국 어떤 전문가가 붙어도 90% 이상의 확률로 생각보다 효과가 없을 것이다(여기서 ‘효과가 없다’는 건, 조회수가 나와도 돈이 안 될 가능성까지 포함한다). 그런 이유로 장기 대행 계약을 따내기 힘들고, 지속적으로 고객을 모집해야 하는 불안정성을 안는다. 또한 포트폴리오가 쌓여도 생각보다 만족스럽지 않다. 경쟁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자. 모두가 SNS 채널 성장의 기초만 배워서 진입한다면, 그들은 실제로 내 경쟁 상대가 될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이 가져가는 조회수는 이야기가 다르다. 모든 SNS에는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노출이 있다. 그것이 단 50회의 조회수라 하더라도, 크리에이터가 늘어나면 결국 잘하고 있던 생산자의 조회수도 야금야금 깎이고, 운영자 입장에서는 조회수가 계속 줄어드는 것으로 보인다.
혹자는 말할 것이다. “난 강연!” “난 강의!” “난 전자책!” “난 온라인 강의!” 등등. 하지만 앞서 말했듯, 무료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이런 지식 전달형 수익 모델은 메리트가 거의 없다. 또한 특별하고 신비로운 필살기가 있다 한들, 그 필살기의 위력도 앞서 설명한 이유 때문에 예전만큼 강력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사람들은 배우기보다 대행을 맡기는 쪽을 택할 것이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 — 진짜 돈은 어디로 흐르는가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앞에서 예고했던 그림이 선명해졌다. 나는 오히려 이 상황을 보며 콘텐츠 시장과 채널 성장 카테고리에 대해 이런 생각을 했다.
아… 오히려—
1. AI 영상 생성 툴을 만드는 기업이 뜨겠다. 차라리 돈이 있는 사업가라면 콘텐츠 업에 들어올 게 아니라 AI 영상 생성 툴을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는 게 낫다. 예를 들어 클링(Kling), 시댄스(Seedance) 같은 회사다. 혹은 클링·시댄스 같은 프로그램을 지원하며 콘텐츠 생산에 필요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힉스필드(Higgsfield) 같은 회사다. 이미 많은 창작자가 촬영을 건너뛰고 AI를 활용하고 있고, 그런 채널이 오히려 성과가 더 좋다.
2. AI 생성자보다 ‘스토리’ 생성에 강점을 가진 크리에이터가 뜬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상황에서는 AI 기술이 보편화되어 누구나 쉽게 배우는 기술이 된다. 그렇게 되면 스토리를 짜고 구성하는 ‘작가’의 영역이 유니크해진다. 이런 작가와 AI 영상 기술자를 조합한 팀이 많은 수익을 가져갈 것이다. 혹은 스토리를 잘 짜는 작가가 AI 영상을 배워 성장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만약 돈이 있는 사람이나 기업이라면, 관련 기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콘텐츠를 꼭 운용해야 한다면 ‘작가’를 중심으로 봐야 한다. 지금까지 하는 일에 비해 똥값이던 이들의 가격이 오히려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스토리를 잘 뽑아내는 채널 운영 담당자를 섭외하는 일을 최우선으로 둬야 한다. 기술은 어차피 누구나 쓰게 된다.
마치며
결국 SNS 채널 성장 카테고리는 앞서 말한 다섯 가지 이유—① 이미 너무 많은 무료 정보, ② 생각보다 없는 효과, ③ 생각보다 많은 할 일, ④ 그냥 맡기는 게 편함, ⑤ 그냥 광고비 집행이 편함—때문에, 이 욕구들을 모두 채워줄 가능성을 제시하지 못하면 암흑기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현재 상황에서 채널 성장 카테고리의 암흑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최소 1년은 확실하다.
더 솔직히 말하면, 지금 SNS 채널 성장 카테고리는 ‘이력서 채널’로 전락해 버렸다. 무엇을 위해서? 대행업체가 되기 위해서.
